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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Rouault)전, 어둠속에서 빛나는 작품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이 본 전시회: 루오(Rouault)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벌써 몇 해째 루오(Rouault)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번 가려고 마음만 먹다가 못 갔는데, 올해는 다녀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프랑스 내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작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_+
방학기간이라 방학숙제를 위한 학생들로 인해 작품감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갔지만, 다행히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인지 어린 관람객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신 종교화가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어른들이 많았고,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작가인 루오전을 관람하고 있는 프랑스인 단체관광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루오, 조르주 루오, 종교화가, 빛의 화가, 색채의 연금술사, 현대미술, 근대미술, 1차대전, Georges Rouault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는 우선은 종교적인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전시회에서 대표작으로 소개되는 작품이 주로 예수님, 성가정 등의 종교적인 냄새가 듬뿍나는 작품들이 소개되고, 루오의 작품을 이야기 할 때 종교적인 작품을 뺄 수도 없습니다. 작품의 종교적인 성향은 이 거장에게 가까이 가는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후자였습니다. 저의 종교는 카톨릭이긴 하지만, 중세이후 근현대의 종교미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종교미술은 미치도록 좋아하지만, 현대적인 색이 가미된 종교미술에는 이상하게 호감이 가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현대적인 종교미술이라는 성향에는 끌리지 않았지만, 색채의 연금술사라는 별칭이 붙는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었습니다.
 

루오, 조르주 루오, 종교화가, 빛의 화가, 색채의 연금술사, 현대미술, 근대미술, 1차대전, Georges Rouault

아....!
역시 아름답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물감의 발색이 좋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저런 색을 만들어 냈는지....
살결의 색이 아름답고, 단순하지만 유연하고 힘있는 선이 매력적입니다. 더욱 놀랐던 것은 분명 종교적인 주제인데 무척 섹시합니다. 머리 뒤의 광배와 십자가가 아니라면 여인의 몸인지, 남자의 몸인지도 알기 어렵고, 밑에 두는 천도 보기에 따라 천인지, 성기인지 헷갈리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십자가의 예수님을 주제로 다룰 때, 고통이나 숭고함을 표현하며 인간의 경외심을 극대화하는 경우는 많지만, 섹시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데, 이 야릇하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부터 점점 더 전시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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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볼수록 매혹적입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예수님의 모습은 가슴이 풍만한 매혹적인 여인이 교태롭게 서있는 모습같기도 하고, 창백한 미녀의 야리야리한 몸매를 연상시키시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표현할 때는 이토록 섹시하게 나타내던 작가가, 정작 여인의 몸을 그릴 때는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납니다.


여자인지, 헬스장에서 갈고닦은 근육맨인지 알 수가 없는 건장한 육체들이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피부색도 건장한 남성을 연상시키는 구리빛입니다. 당시에 입체파, 야수파 등이 미술계의 대세였던 시기를 살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가졌던 고집스럽고 독창성 넘치는 화가의 면모를 이런 부분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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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공개작 야경시리즈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아쿠아색의 향연에 행복합니다!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인 것 같습니다. 야경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하늘에 빛이 조금은 남아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빛을 보여줄 때인가 봅니다.
누군가가 붙인 '색채의 연금술사'라는 칭송이 참 적절하다는 것을 조금씩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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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루오의 판화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저렇게 큼직한 상자에 담겨서 판매되었나 봅니다.
이 판화작품은 1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주제라고 합니다. 그 때 제작되어 출간된 것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7년이었다고 합니다. 루오는 살아생전에 이 작품집의 출간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에 무척 감격했다고 합니다. 본인에게도 감격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작품집이 잘 출간되어 지금 우리가 모두 볼 수 있기에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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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노라면 1차대전을 겪은 사람의 심정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며, 그 힘들고 어두운 시기를 종교의 힘으로 이겨냈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게다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2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여러 가지 힘들고 괴로웠던 상황을 작품을 통해 풀어가는 느낌입니다. 작품도 멋지지만, 제목도 시적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도 감미로운 일인데.." "누가 분장하지 않는가.." "싱그러웠던 입안에 이제는 쓴 맛만이.." 라는 제목이 작품의 감동을 증폭시켜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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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판화작품을 보고, 옆 전시실로 이동하면 드디어 감탄이 터져나오게 하는 색채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자체발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힘든 시기를 아예 초월해 버린 걸까요?  어쩌면 이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던 걸까요! 전쟁으로 얼룩지고, 암울하고 컴컴한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 따위는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아름다운 작품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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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 뿐 아니라 중후한 마티에르는 감동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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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작품들에 반해 정신 못 차릴때쯤 피날레가 장식됩니다.
루오의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색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알고 보니 루오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미술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작품에 나타나는 검고 굵은 선과 종교적인 주제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종교적인 주제에서 인체에 대한 탐미적인 시선을 느꼈던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 종교화를 통해 미술을 배우며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연습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성당에 와 있는 듯한, 경건한 대상을 마주 하고 있는 듯한 마지막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전시장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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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전시의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가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른들도 줄을 서서 핸드폰에 열심히 작품을 찍으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메칸더브이 헬멧을 쓴 특이한 관람객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촬영 중인 듯 했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서, 가슴 벅차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세상이 흉흉하고 어둡던 시기에도, 빛나는 작품을 만든 작가의 자세에서, 자체발광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에너지를 얻게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루오전 홈페이지에서도 몇 작품은 사이버갤러리를 통해 감상할 수 있네요~ ^^
  ☞ 루오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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