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지난 3년 4컷만화 - 에너지 고갈의 해

라라윈 생각거리 : 저의 지난 3년 4컷만화 - 에너지 고갈의 해

연말이 되니 올 한 해는 어땠나 돌아보게 됩니다. 저의 지난 3년은 4컷만화에 쏙 들어갔습니다.



라라윈의 3년, 네 컷 만화

2015년 연말까지

라라윈 3년 4컷만화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2015년 연말

라라윈 3년 4컷만화


동생이 빅똥을 싸 놓고 사라졌어요. 이해해요. 저 심리학하는 여자니까요. 이럴 의도 아니었을 거에요. 잠수타는 이유도 알아요. 그런데 마음은 답답했어요. 잠이 안 왔어요.


2016년

라라윈 3년 4컷만화


똥치우려니 빡쳤어요. 치울때마다 짜증이 나요. 2016년 한 해동안 동생이 싸놓고 사라진 똥을 치우느라 괴로웠는데, 닭도 나라에 똥을 싸놓고, 구석구석에서 닭무리가 기승이어서인지 주변에서도 성격장애자들이 기승이었어요.


2017년 초.

빅똥은 치워서 호구와트 1차가 끝났어요. (셀프 기특!)

탄핵도 되며 닭똥도 치워져 가고요, 집안 똥도 치워져가요.

라라윈 3년 4컷만화


그랬더니 병이 났어요.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일단락 지어지니 마음도 몸도 GG를 쳤어요.

몸이 "고만해 미친놈아. 나 이제 한계야!" 라고 외치는 듯 했어요. 매번 생전 처음 겪는 증상으로 온갖 병원 투어를 했어요. 아프고 또 아프고, 여기 나으면 저기 아파서 맨날 아프다고 말하는게 민망할 지경이었어요.


한줄 요약 : <에너지 고갈의 해> 였어요. 통장도 털리고, 체력도 털리고, 마음도 털렸어요.




에너지 고갈의 해

어느날 진영샘이 말씀해주셔써요.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인 것 같다고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리는 것 같고, 뭔가 할 기운 자체가 없어 보였대요. 저는 그저 기력이 없고, 마음도 편치 않다고 생각하며 괴로워 했는데 "에너지 고갈 상태"라는 한 단어가 쏙 들어왔어요.


에너지가 바닥나니 몸부터 신호를 보냈어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눈이 아프고, 두드러기가 나고... 아주 가지가지 했어요.

이상한 것은 꼭 주말이나 연휴, 쉴 때 아팠어요. 특히 올해 황금연휴가 몇 번 있었는데 황금연휴 시작날부터 아프더라고요. 아픈것도 서러운데 왜 꼭 연휴 시작날부터 아픈지 울분을 토했더니 국악원 원장님이 재해석 해 주셨어요.

"몸이 봐준거에요. 일 하라고. 몸이 최대한 버틸만큼 버티다 연휴가 되니까, 이젠 좀 쉬고 싶었던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게 고맙고 미안했어요. 생각해보니 평일에 아프면 스트레스가 더 컸어요.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마음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세상 예민하고, 마음도 여유가 없어져 이해 할 수 있는 일도 이해가 안 되고, 아니 이해하기 싫고, 왜 맨날 나만 이해해야 되냐며 성을 내기 시작했어요. (이해한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까칠하게 굴다가는 몇 없는 친구마저 없어질까봐 두려웠어요. 몸과 마음이 멀쩡해질때까지 안 만나는게 좋을 것 같아 자숙을 시작했어요. 쉰다고 몸과 마음이 팍팍 회복되진 않아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확실히 움직이니 나아졌어요.


치료받고 운동하고 조금 에너지가 회복되면 쪼로로 나가서 쓰고, 쪼금 회복되면 쪼로로 나가서 썼더니 점점 에너지 고갈이 심해졌어요.

에너지가 없어 쉬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았아요.

쉬는 훈련은 받아본 적이 없는 듯 해요.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요.


아름이는 저의 이런 불안에 대해 "언니 유형 사람들의 불안은 나름의 작용이 있다"고 얘기해줬어요. 저같은 스타일들은 불안해 하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뭔가를 해내기 때문에 불안이 나름의 추진제 역할을 한대요. 긍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안이 싫다고 하면서도 불안해하는거기도 하고요.

에너지 고갈 상태 덕분에 심리학 전공자 찬스를 많이 썼어요. 힘들 때 교수님, 선배, 동기, 친구들의 상담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새삼 심리학 전공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다른 긍정적인 면은 '에너지 고갈의 해'에도 뭔가 한게 있다는 것 덕분에, 역설적으로 제가 에너지가 꽤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동설한에 촛불집회 나가고, 정신없던 가운데 책을 탈고 했고요. (이건 진짜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됐어요)

에너지가 바닥나서 윗집 층간소음도 못 견디겠고 옆집 쓰레기 할무니도 싫어 공기좋고 조용한 남양주로 이사를 했어요.

한 줄로 쓰니 간단하지만 과정은 험난했어요. 그동안 저의 이사는 반경 2~3km 이내에서 오가는거였는데, 은평구와 남양주는 족히 50km 정도 거리에요. 차가 없으니 대중교통으로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을 가야 집보러 갈 수 있었어요. 집보러 오가는 시간만 5시간씩 걸리니 힘들었어요. 그런데 해 냈어요. 이걸 보면 제가 에너지가 꽤 있는 사람 같았어요. (이사해서 더 에너지가 바닥난거 같기도 하고요)

좋은 일도 있었어요. 처음으로 대학 강의를 해보게 되었어요. 저를 뭘 믿고 강의를 덜컥 맡겨주셨는지 의아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냉큼 강의를 나갔는데, 강의라는게 체력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세 시간 지나면서부터 목이 갈라지기 시작하고, 여섯시간쯤 되니 발이 아파서 서 있기도 힘들었어요. 강의 다녀오면 영혼이 빠져나가 다음날 누워있어야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신바람나게 다녔어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 보면, 에너지가 있나봐요.


에너지가 고갈되어 좋은 점도 있었어요.

제 상태가 쉣더퍽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런데도 만나주는 사람들에게 엄청 고마웠어요. 가시돋혀서 공격하고, 퉁명스럽게 굴고, 썩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했는데도 놀아주다니..... 정말로 성은이 망극했어요.

기력이 없으니 자신을 쪼금 내려놓게도 되었어요. 전 제 얼굴 나오거나 그런거 싫다고 하니, 은재호 박사님께서 아직 '자기'가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다고, 내려 놓게 되면 인터뷰도 괜찮고 얼굴 가져다 쓰셔도 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셨는데, 쬐금 그렇게 된거 같아요. 쬐금.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쁜 점도 많았어요.

얼굴 팔리는 것(?)에 대해 쫌 내려놓게 되어, 나름 구상한게 있었거든요.

저에게 상담료를 내고서라도 연애 상담 받고 싶다고 하시는 감사한 분들이 계세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으시는데 도와드리질 못해 죄송하거든요. 그래서 유튜브 실시간 채팅 같은 것으로 상담을 해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생각만.

다스베이더님께 유튜브 생방송에 대해 여쭤보니, 블로그 처음 시작할 때도 뭘 알아서 한게 아니라 부딪혀 본 것 처럼 한 번 해보라고, 말로 설명해줘도 직접 해보는 것과 다르다고 용기를 주셨는데.... 아직도 생각만 하고 있어요.

뵙고 싶던 분들을 못 만나고 한 해가 가기도 했고요.

하고픈일은 많은데 생각에서 끝나는 것들의 숫자가 많아요. 급한 성질머리 덕분에 예전에는 생각 - 행동 사이의 거리가 짧았거든요.

내년엔 좀 더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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