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아이 사진조차 싫어지게 만든, 국제 비영리 단체 길거리 모금

라라윈 생각거리 : 아프리카 아이 사진조차 싫어지게 만든, 해외구호단체 길거리 모금

출판사 편집자님과 만나 기분이 들떠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제가 오랫동안 눈독들이던 절판된 '무소유'를 드디어 구입해서, 기분이 모오오오옵시 좋았죠.

그 때 어린 청년이 스티커를 불쑥 내밀며, 스티커 하나만 붙여 달라고 합니다.


"놀라셨죠? 바쁘시겠지만 이거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세요."


라며 스티커를 떼어 제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흘깃보니 환경 혹은 아프리카 등의 국제 비영리 단체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름 모를 단체도 너무 많고, 길거리 모금해서 제대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것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많은 단체들이 '도와줘라, 도와줘라' 하는 것이 강요로 느껴져 못본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명보다 사소한 스티커 붙여달라는 부탁에 넘어가 보드판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보다 제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나 붙여줬습니다.


심리학 이론으로 보자면, 이 단체는 서명을 해 달라는 것보다 더 사소한 스티커 하나만 붙여달라는 가벼운 부탁을 함으로써 '문간에 발 들여놓기'전략을 구사하여 성공한 셈 입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사이 간단히 설명한다며 청년이 약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약팔며 슬슬 지갑을 열게 하려는 것이 훤히 보여, 언짢아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날이었으니까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고, 정중히 끝맺음을 지었습니다. 

꾸벅 허리숙여 어린 청년에게 인사하며 "정보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 등을 돌려 길로 향했습니다. 

애써 잡은 호갱이를 놓쳐 아쉬웠던지 "결론만 짧게 하나만 더.." 라고 하는데, 등을 돌렸더니, 그 순간 제 뒤통수에 꽂히는 말


"씹냐?"


'이 어린노무시키가!'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소심해서 뒤돌아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이 순간 하필 화를 내도 '이 어린노무 시키가' 라니... 나 정말 나이 먹은 사람같아 ㅋ' 이라는 허무한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고 갈 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ㅠㅠ



해외 비영리 단체들의 길거리 압박이 주는 악영향

애초에 알 수 없는 해외 단체의 모금에 대해 불편하다고 느끼던 상황에서, 다시금 이런 경험을 하니 더욱 더 해외 비영리 단체 어쩌구 하는 것들이 싫어졌습니다.


국제 구호단체


어느 순간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을 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부터 난 너의 주머니를 털거야, 돈을 내놓지 않으면 너는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이 되지. 한 달에 만원도 없어? 그러면서 커피는 사 쳐 마시잖아. 커피 마실 돈은 있고 불쌍한 아프리카 애들은 안 도와주는 못된 사람이야 너는.' 이라고.....

사실 저 아이들은 아무 죄도 없고, 저 아이들 사진을 이용해서 자기 배를 채우는 몹쓸 단체들이 문제입니다. 길거리에서 지나는 사람 신경을 벅벅 긁으면서라도 악착같이 모금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한 명 후원시키면 거기서 얼마의 수당을 받는 사람들도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순수한 마음의 자원봉사자들도 있으나, 다단계 식으로 모집하고, 한 명이 후원하면 10달치 후원금은 수당으로 주는 곳들도 있다네요.


▶︎ 정용인 기자, 경향신문 2016. 8. 6. "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


저에게 짜증낸 청년도 거하게 약을 팔던 것으로 봐서, 수당받고 나온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순수하지 않게 아프리카 아이들, 북금곰을 악용하는 단체들이 넘쳐나다보니, 이제는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을 보면 거부감이 생기고, 북금곰도 싫어질 지경입니다.



10분 후 다시 만난 그 청년

문구점에 들렀다가 초밥 포장하러 갈까 말까 다시 고민이 되었습니다. 초밥 포장하러 가려면 좀전의 길거리 모금 단체 앞을 다시 지나야 되는데 신경이 쓰였습니다. 소심해서 '좀 전에 씹고간 그 여자라며 욕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했다가, '아냐, 지가 먼저 씹냐 라며 시비 걸었지 내가 잘못한 건 없어,' 같은 생각을 했다가, '에이, 이 길이 지들 것도 아니고. 애초에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쪽이 잘못이지' 같은 생각을 하며 씩씩하게 지나려고 했습니다.

조금 전, 그 청년이 처음 보는 눈빛으로 해맑게 웃으며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세요."


라고 붙잡습니다. 저는 그 청년이 제 뒤통수에 대고 '씹냐' 한 마디 한 것에 마음이 상하고 생각이 많았건만, 그 청년은 저어어어언혀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불과 10분 전에 자기가 붙잡고 설명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언짢음, 상처, 불쾌함은 오로지 제 감정일 뿐, 그것을 유발한 자들은 전혀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 좋은일이라도, 기부 강요는 부담스러워

- 거지 천국, 요즘 한국 상황이 안 좋긴한가 봅니다

- 공감능력 없는 사람,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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