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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 급식 지도의 트라우마, 고기를 못 먹게 된 사연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사는 이야기: 고기를 못 먹게 된 이유, 초등학교 선생님 급식 지도의 트라우마

인천 어린이집 선생이 (선생이라는 이름이 아깝습니다)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를 싸대기를 후려치는 동영상을 보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딴 걸 선생이라고... 그리고 저 아이가 가지고 가게 될 트라우마가 너무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급식 지도 트라우마로 인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기를 잘 못 먹습니다. ㅠㅠ



급식 시범 학교라고 좋아했는데...

제가 처음 녹번국민학교에 배정 받았을 때 엄마 아빠는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새로 생긴 깨끗한 학교에 서울 시내에 몇 개 안되는 급식 시범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1, 2학년 때는 수업이 4교시면 끝나서 급식이 따로 없었고, 3학년 때 부터는 매일 학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3학년이니 급식실에서 국통, 밥통, 반찬통을 들고 오는 것도 아이들이 직접 하고, 배식도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3학년 때 담인 류희열 선생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었습니다.

여자분이었으나 무뚝뚝하고 차갑고 엄했습니다. 3학년 때의 기억 대부분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교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왁스칠을 했던 기억, 숨소리도 안내고 가만히 앉아 있던 기억들 입니다. 무서웠던 선생님은 아이들의 편식을 막기 위해 급식판에 담긴 것은 무엇이든 간에 남김없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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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미역국이 나왔는데 국에 비계 고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비계 고기를 먹으면 바로 토했습니다. 고기 국물만 먹어도 속이 느글거리며 토할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 간신히 미역국 국물은 먹었습니다. 미역국 국물만 간신히 떠 먹고, 비계고기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편식은 안 된다며, 당장 꿀떡 삼키라고 했습니다.

징그러운 비계가 더덕더덕 붙은 비계고기가 저를 보고 있는데 도무지 입에 집어 넣을 엄두가 안 났습니다.

몇 번을 숟가락을 들었다 내려놨다 했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렸습니다. (초딩 3학년 여자아이였으니까요..ㅠㅠ)


그러나 독했던 류희열 선생님은 멀찍이 선생님 책상에 앉아 저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점심을 다 먹고 운동장에 놀러 나갔고, 교실에는 저와 선생님, 치워야 되는데 저 때문에 못 치워서 짜증이 잔뜩난 배식당번 친구들만 있었습니다. 친구들도 짜증이 나니까


"야. 빨리 삼켜. 너 때문에 우리 기다리잖아."


라며 저를 쪼아댔습니다.


울면서 비계고기를 입에 집어 넣었는데 자동반사적으로 바로 토하며 국그릇에 뱉어 냈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동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웩 하며 튀어나왔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못 본 척하며 제가 먹기를 기다렸고, 제가 몇 번이나 입에 넣었다가 토해내는 것을 본 친구들은 불쌍하게 저를 지켜보면서 선생님 눈치를 봤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눈물 콧물 흘려가며 토하는 꼴을 못 본 척하며, 자기 일을 보셨습니다.

아마도 저 하나 예외를 두면 다른 아이들의 편식 습관도 못 고치니, 어떻게든 아이의 입속으로 음식을 다 쳐 넣겠다는 원칙을 밀고 나가고 싶으셨나 봅니다.

결국은 눈물 콧물 흘리다 꼼수를 썼습니다. 고기를 입에 넣고 물 마시는 척 하면서 물통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비워진 식판을 배식당번 친구에게 건네고, 저는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물통을 들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비계고기를 변기에 흘려보내며 서러워서 펑펑 울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 선생님의 입장이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없었고, 저를 안 믿는 선생님이 미웠습니다.


당시 제 개념의 편식이란 먹을 수 있는데도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는 행위였습니다.

정말로 몸에서 안 받아서, 토해서 못 먹는 것은 편식이 아니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무조건 먹으라고 강요를 한 것은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는 생각이 든 것 입니다.

저는 정말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며, 쇼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편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고기만 먹으면 토해서 '못' 먹는 것인데도 무조건 토해도 먹으라면서 종주목을 댄 선생님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 뒤로 학교 가기가 싫어서 (아마도 심리적인 원인이었던 것 같은) 몸살에 걸리는 날이 잦았습니다.

학교에 빠지더라도 학교는 갔다가 조퇴해야 한다는 아빠 엄마 때문에, 엄마 손을 잡고 제 시간에 등교해서 열이 펄펄나고 상태가 엉망인 모습을 선생님에게 보이고 집에 오곤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으로 일기장에도 썼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너무 미워한다. 나도 선생님이 싫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 때문에 선생님과 면담도 했습니다.


"왜 선생님이 너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니?"


라고 했던 질문만 기억이 납니다.



열 살 트라우마 서른 중반까지 간다


그 날의 트라우마는 오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비계고기를 못 먹는 것이 큰 문제가 없었는데, 사회생활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비계를 못 먹다보니, 삼겹살을 못 먹었던 겁니다.


우리나라 회사의 회식은 징그럽도록 삼겹살을 먹어대죠.

특히나 저의 상사 한 분은 고기 못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처럼 점심에도 저녁에도 삼겹살을 쳐 드셨습니다. 그 곳에서 제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냉면과 볶음밥 뿐이었는데, 그나마도 볶음밥에는 삼겹살 비계고기를 잘게 썰어넣고 볶아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굶다시피 하고 간식을 사 먹으며 연명했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저는 다른 것이 먹고 싶다고 말하고 혼자 밥 먹으러 갔을텐데, 그 때는 그런 용기(?)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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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비계고기 따로, 살코기 따로 있는 경우는 아주 행복합니다.

그래서 제가 고기를 자르면 슬그머니 비계와 살을 분리해 놓곤 합니다. 그러면 고기 이상하게 자른다고 욕을 먹습니다... 고기는 비계와 살이 적절히 섞여야 맛있다며... 저한테 가위를 뺏어서 비계와 섞어 잘라 놓으면, 그냥 말 없이 굶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제가 고기를 한 점도 안 먹더라도 잘 모릅니다. 자기 고기 먹기 바쁘기 때문에...


아프고 나서는 식성을 고쳐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몸이 너무 아팠는데, 의사 선생님이 정말 냉정하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살고 싶으면, 내장, 간, 수육, 설렁탕 이런 것도 먹어야 돼요. 거봐 거봐. 내가 말하는 음식 들으면서 막 인상쓰네. 그렇게 인상쓰는 그거 먹어야 한다고. 죽기 싫으면."


나름 노력한 결과, 곱창, 막창, 간 등은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삼겹살도 비계가 딱딱해질 때까지 바짝 구우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주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고기 요리에서는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더 많습니다. 특히 비계, 고기국물이 주가 되는 요리는 여전히 싫습니다. 물 속에서 웃고 있는 비계를 보면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서 싫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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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고기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인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에 단 한 번도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 사진을 봄과 동시에 혀가 말려 올라가며 속이 미식거립니다. 국물 속에 비계고기..


이런 저의 식성은 많은 순간 불편합니다. 사람과 어울릴 때 참 힘듭니다.

지금 저의 마지막(?) 희망은 임신과 출산 입니다. 친구가 저와 비슷한 식성인데 아이를 가지면서 고기를 먹게 되었고 지금은 고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혹시나 저도 식성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서른 중반인데도 열 살 때 징글징글했던 그 트라우마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 잊혀지고, 그 때 그 고기 비슷하게 생긴 것만 봐도 너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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